해파랑길 11코스는 나아해변에서 출발하여 삼국통일의 주역인 신라 문무대왕릉인 대왕암과 대본리를 거쳐 감포항까지 이어지는 약 19km거리의 역사와 문화, 해변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진 코스이다
11코스가 시작되는 시작점은 나아리 해변의 월성원자력 발전소가 빤히 보이는 곳에서 시작된다.
시작점에는 석탈해 신화와 관련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만 해파랑길여행자에게는 해변슈퍼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원자력 발전소와 산이 가로막아 해변길을 가지못하고, 나아리에서 버스를 타고 봉길터널을 지나 봉길리 해수욕장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11코스이 시작점은 나아리가 아니라 봉길리 해수욕장 문무대왕릉 앞이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통일신라를 완성한 문무대왕의 유언이 서린 감은사를 지나, 감포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역사의 길이며, 나라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하는 호국의 길이자 무엇보다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우리땅의 모든 아름다움을 축소하여 보여주는 잊을 수 없는 바닷길이다. 이제 그 길을 따라서 가기로 한다.
나아리 해변가의 해변 슈퍼.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문무대왕릉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다.
슈퍼앞에 인증대와 해파랑길 11코스 안내도가 있다. 봉길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해변슈퍼왼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큰도로까지 걸어야 한다
나아리 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봉길해수욕장 모래과 잔 자갈이 깔려있는 해변 너머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문무대왕릉. 문무대왕의 유언에 따라 동해 어귀의 큰 바위에 장사지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대왕암이 바로 그곳이다.
동해바다 같지 않게 잔잔한 바다를 내게 보여준다. 대왕암은 세계유일의 수중릉이라는 설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대왕암에 장사지냈다는 설보다는 바다에 산골했다는 설을 더 설득력있게 받아 들이는 것 같다.
문무대왕릉이 경주 봉길리 앞바다에 안장되고 대왕의 왕비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용으로 승천하여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해파랑길 8코스에서 만났던 울산의 대왕암이 바로 그곳이다
문무대왕릉 해설에는 이견대와 감은사, 그리고 만파식적과 관련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대왕을 화장한 뒤 동해에 묻으면 용이 되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는 유언에 따라 화장한 유골을 동해의 입구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장사지냈다고 하며 바닷속 넓지 않은 자연 갯바위를 대왕암 또는 대왕바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왜구는 도둑질하는 일본놈이라는 뜻인데 고려때 시작된 그들의 "도둑질" 결국 조선이라는 나라를 도둑질하는 비극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이웃을 잘 만나야한다는 말" 국가간이든, 사람간이든 딱 맞는 말이다.
대종천과 만나는 봉길리 바다. 경주시 토함산과 함월산에서 발원하여 이곳까지 흘러온다. 대종천은 옛날에는 큰 강이었다고 하는데, 골굴사, 기림사의 영광이 빛바랜 세월에 시들어가는 것 처럼 지금은 시냇물에 불과하다.
상처는 영광보다 깊다고 유홍준 선생은 말했지 않은가.
대종천 건너는 다리위에 서면 대종천의 맑은 물과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 몽고군의 발아래 유린 당했던 신라 천년의 뼈아픈 상처를 지우지 못한채 대종천은 동해바다로 흘러간다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대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뜻으로 절을 만들었으니 감은사라 하였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선생은 감은사를 두고 아! 감은사, 아!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아! 감은사탑이여,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쓰고 싶다고 했던 그 감은사이다..
문무대왕의 아들 신문왕은 감은사 계단 아래를 파혜쳐 동쪽에 한 구멍을 내었으니 용이 들어와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바로 그곳이다.
과연 명작에는 해설이 필요없다
나는 감은사의 가치와 감상을 유홍준교수처럼 표현하지 못한다.
용당리 마을 한쪽에는 감은사가 있고 가까이는 봉길리 문무대왕릉이 있다
절터에는 한쌍의 삼층석탑과 늙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신라는 석탑의 나라이다. 석가탑이 있고 다보탑이 있다.
그리고 유홍준 선생이 극찬한 감은사 삼층석탑이 그 중심에 있다
3월초 햇살이 감은사를 비출때 더 가깝게 다가온 감은사 3층 석탑.
불국사 가람배치의 모범이 되었다는 감은사는 높이가 무려 13m나 되고 상부에 꽃힌 꼬챙이를 제외해도 9m가 넘는 쌍탑이다. 거대하지만 기품이 있다.
경주시티 투어를 위해 위 표와 같이 코스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지긋한 코로나가 끝나면 테마별로 경주여행을 걸어서 떠나보자
감은사를 떠나기 전 감흥을 느끼기 위하여 탑주위를 계속 돌면서 3층석탑을 보았지만,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가 보다. 보는 공부가 부족했는지 내게는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견대에서 바라보이는 문무대왕릉.
문무대왕의 아들인 신문왕을 불러내어 물어봐야겠지만, 우리는 대왕암이 문무대왕릉이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
문무대왕릉이 모셔진 자리는 항상 파도가 잔잔하다고도 하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도 여전히 1천 오백년 전의 바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봉길해수욕장 언덕에 위치한 이견대. 정자 난간에 기대어 동해바다와 대왕암을 바라보는 것으로 감은사와 문무대왕릉 여정을 마무리한다.
문무대왕의 아들인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고 기뻐하여 그 기념으로 이견대를 축조하였다고도 하고 두 부자(父子)가
서로 헤어져 있다 그리움이 다한 어느날 다시 만나기 위해 만들었다는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는 건 우리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봉길리 문무대왕릉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가 곧 이견대라는 사실아닐까
이견대에서 바라본 문무대왕릉이 신문왕의 그리움을 담아 햇살 비추는 동해바다에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가끔 지나가는 바람이 스치듯 지나갈 때 만들어내는 잔 물결이 보일 뿐 대본리 포구에 물결하나 없는 고요함이 마치 호수를 연상하게 한다.
대본리 바닷가.
짙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대본리바다가 암초와 더불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태초에 그 이름이 있은 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갯바위다.
동해바다로 간다. 나는 동해바다로 간다. 그리고 만나는 동해바다 소나무 한그루. 세상일에 휘둘리지 않고 능히 백년을 버텨온 소나무가 한폭의 그림이 되어 길손을 맞는다.
소풍가는 아이 마음이 되어 풍경좋은 이곳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조용하던 대본리 바다에 조금씩 바람이 분다. 지난 가을 생명을 다한 작은 풀잎이 바람에 날리고 바다가 조금씩 기지개를 켠다. 추워지기 전에 빨리 자리를 털고 길을 나서야지...
길이 바쁘지 않으면 바닷가로 내려서서 걸어서 한바퀴돌아보고 싶은 경관이다.
바다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기에 더욱 그렇다. 어떤 소리도 듣지 않고 오직 바다가 내는 소리만 들리는 곳.
그런 곳이 대본리 바닷길이다.
고운모래로 유명한 나정 고운모래 해변이지만 모래 보다는 바다색이 더 멋진 해변이다
나정해변에서는 인도를 벗어나 모래길을 혼자걸어보기를 권한다.
어느 동해안이 다 그러하듯 해변 뒷쪽으로 소나무숲을 두르고 바다쪽으로는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백사장 너머에는 잉크빛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뜻밖에도 걸어가는 힘겨움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힘들면 쉬어가도 좋다.
나전고운모래길 끝에는 서있는 해파랑길 안내도
전촌항 거마상.
동해안을 걷다보면 규모가 크던 작던 대부분의 마을 포구에 잘 정비된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해파랑길을 걷는 다수의 사람들은 차박을 즐긴다. 차박의 필수요건은 방해받지 않는 주차장과 화장실이다
아무런 대가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마음에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걸어가는 길이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듯 오르내리며 감포가는 길 해변언덕을 천천히 걷는다.
바다가 지척에 있어 바라보는 경관이 대단하다.
위도가 높아질 수록 바다는 진한 잉크빛에서 에메랄드빛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데 굳이 경계를 나누자면 영덕이 그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갯바위에 부딫혀 흰거품으로 산산히 부서지는 풍경을 보라. 바다색이 더 깊어졌다.
시원한 파도와 등굽은 소나무가 잘 어울리는 해변을 따라 조금 숨이 차도록 걸어가자면 이윽고 감포해변에 다다른다
푸른 소나무숲과 푸른 바다.
캔버스위 종이위에 그린 그림같다고 하면 감포바다에 대한 모독이다. 눈으로 만났던 그 순간만이 감포바다를 기억하는 아름다움이 될 뿐이다. 이런 순간을 만나는 것이 내가 걸어가는 기쁨이 아닐까
감포항 인증대가 보인다. 경주구간의 마지막 코스이다. 감포항과 송대말 등대를 지나면 해파랑길 11코스가 끝나고 포항으로 바통을 넘긴다.
해파랑길 11코스는 문무대왕릉과 함께 감은사의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역사와 문화의 길이다.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코스는 처음 봉길터널을 건너띈 덕분에 비교적 짧은 거리와 편이한 코스로 이루어진 길이다
나는 이제 조금씩 익숙한 도보여행가가 되어 가고 있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아름다운 해변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혼자 걸어다녀도 외롭지 않다.
해변가 소나무에 물이 오르고 검푸른 동해바다가 손짓하면 이내 내얼굴에는 연두빛이 돌기시작한다. 아쉬울것도 없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몇살의 나이에 시작했던, 가고 싶은 곳이 있고 걸을 수 있다는 건강과 열정이다.
굼뱅이 걸음으로 시작한 해파랑길이 어느새 경주구간을 지나 내일이면 포항으로 넘어간다.
☆ 감포항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완비되어 있음에도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 차박은 권유하고 싶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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