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을 걷는 것은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일상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풍경좋은 곳을 걸을 때면 낭만 가득한 풍경에 취해 잊지 못할 추억하나를 더하고, 마을길을 걸을 때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숨결을 느끼기도 한다. 황금빛 수확을 끝낸 텅빈 들판을 걷다보면 어느새 발걸음 가벼워지고 지나온 길이 그리워진다
남파랑길 75코스는 남양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우도가는 바닷길을 지나고 중산마을과 송림마을을 거쳐 신기수분동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20.6km 걷는 시간 6시간 정도 걸리는 다소 긴 거리의 코스이다. 남양마을에서 30여분을 걸어가면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신비의 바닷길인 우도 바닷길을 건너 우도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남양마을에서 30분이면 닿는 고흥땅 우도는 신비의 바닷길로 불리운다.
밀물과 썰물 하루 두번 갯벌을 비워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준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바닷길이 열리면 20분정도면 걸어서 우도를 들어갈 수 있다.
도로 중간 3~4곳 비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차량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섬 중앙 봉들산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 섬을 조망할 수 있으며 들어왔던 반대방향인 보성땅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장선해변에서 차박 후 다시 우도길로 되돌아와 75코스를 걷는다. 우도의 아침은 밀물시간이다. 우도가는 길은 바닷물로 가득하다.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찬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하늘은 높고 푸르고 기운은 산뜻하다
우도의 밀물시간 바다물이 입구까지 들어차 바람에 찰랑거린다.
어제 저녁 우도까지 길게 이어지던 길은 없어지고 흔적만 남았다. 바다가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파란 하늘에 구름조각이 흘러간다.
우도를 지나고 어제와는 또 다른 메타스퀘어길도 만나고 득량만에 가득한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들판을 지나 중산마을로 접어든다. 길은 꼬불꼬불,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이어지더니 다시 바닷길로 내려선다
우도가 조금씩 멀어져 간다. 길지 않은 시간 바람은 자고 갯벌에 가득찬 바다는 조용하다 못해 풀잎조차 숨을 죽인다
득량바다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
야트막한 야산 아래 황금들판 앞으로 바다를 펼쳐놓는다. 추수끝난 들판과 새파란 하늘 아래 조각구름 하나.
진한 볏짚향이 바람에 실려 날아온다. 중산마을을 지난 길은 동편마을에서 남양마을로 이어진다
남양마을 농로를 따라가는데 뒤따라오던 트럭기사분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묻는다.
"어디서 왔습니꺼" 트럭에는 탈곡하는 기계가 실려 있다. "예..부산이요" "아이고 멀리서 오셨네요...." 남도땅에서 듣는 경상도 사투리가 낮설게 들린다. 행복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나고 나도 걸음을 옮겨간다
오밀조밀한 작은 섬들은 오리섬 꼬리섬 이름값 하느라 득량만 바다에 조용히 떠 있다. 보성땅 앞으로 튀어나와 기어이 한폭의 그림이 되고마는 섬과 섬들은 득량만 파란 바다를 달리 보이게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푸른 하늘 흰구름 가는 바닷길과 들길과 마을길을 거의 3시간 동안 걸었지만 편히 앉아 쉴곳이 없다.
송강마을 뒤편으로 난 임도를 걷는다. 이고개를 넘어서면 신촌마을이다.
10여 가구 시골집들이 길을 따라 옹기종기 서있는 장사마을을 지나간다.
마을 곳곳에 3륜오토바이와 장애인용 전동스쿠터가 보인다. 노인들만 남아 고향을 지키는 어촌풍경은 어딜가도 똑같다.
장사마을을 지나고 송림마을 바다를 보며 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대전해수욕장이 바다너머 아스라이 보인다
지나온 길이 아득하게 멀지만 바다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남도바다가 있어 힘들지 않게 걸었다
바닥을 드러낸 송림포구에 작은 배 몇척 갯벌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바다의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법이라지만 여기서는 모두가 한가롭고 여유로워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듯 하다
쉴곳이 없으니 포구 방파제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해보지만 편한 자리는 아니다. 길은 흐르는 구름처럼 아늑하고 바라보는 풍경은 평화롭게 이어지는데 쉴 곳이 없다니..아쉽다.
송림포구를 지나고 새우양식장을 지나면 한껏 멋을 낸 조경수 가득한 수목원 "우림원"을 만난다.
바닷가 인근에 있어 찾지 않으면 올 수 없는 곳이니 여행에서 이런 풍경은 덤이다
우림원을 지나면 하얀 억새꽃과 바다가 잘 어울리는 길을 만난다
바닷가로 길게 이어져 있는 길위에 서서 구름이 섬처럼 조용히 떠다니는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더없이 편안하다
축사안 뿔이 채 자라지 않은 송아지 한마리 지나가는 발자욱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눈이 큰 호기심많은 송아지는 이렇게 사육되어 30개월이 되면 도축된다고 한다.
남파랑길 75코스는 신기 거북이 마을을 지나 신기수문동 어촌체험마을에서 끝이 난다.
멀리서 보아도 뚜렷이 보이는 2층 기와집 그 뒤편 데크에서 오늘 여정을 마치고 오랜만의 여유를 갖는다
벤치에 앉아 어제 지나온 대전해수욕장을 바다너머에서서 바라본다. 득량만 바다를 둥글게 돌아왔으니 꼬박 이틀길이다
2022.10.11. 남파랑길 65코스를 시작하여 75코스까지 열흘동안 11개코스 200km를 모두 걸었다.
지붕없는 미술관은 고흥땅 곳곳에 널려있다. 남파랑길 코스도 그중하나이지만 쉴곳과 머물곳, 화장실과 약간의 편의시설 등 여행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어쩌랴..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도 여행에서 얻는 행복이다
길걷는 곳 마다 펼쳐지는 고흥땅의 수많은 이야기와 우연히 마주친 풍경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고, 먼훗날 가슴시리도록 짜릿한 추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그 기억속으로 찾아들어 감회에 젖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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