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알도에서의 차박 후 유당공원으로 향한다. 오전 9시, 9월의 햇살이 황금들녁으로 솥아져 내린다.
남파랑길 51코스는 남도땅에서 처음으로 황금들판을 만나는 곳이다.
남도의 들판은 삐뚤삐뚤한 다락논은 거의 없고 자를 잰듯 모두 네모 반듯하다.
하늘에 별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까.
너무 자세히 알면 경외심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남도 풍경만은 예외이기를 바라며 51코스를 시작해보자
남파랑길 51코스는 광양터미널을 출발, 월평,해창마을과 순천왜성을 거쳐 여수 율촌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 14.4km의
남도땅의 전형적인 농촌경관을 따라 걷는 코스이다
특히, 광양에서 순천 해룡면 신성시까지는 시멘트 농로구간이 많아 걷기 여행 매력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들판을 점령하고 있던 새벽 안개가 걷히고 아침 햇살이 유난히 찬란하다.
처음 시작은 미술관 앞 차도를 따라 이어진다. 늦은 아침이어선지 질주하는 차량조차 없는 도로는 한산하다.
하우스 사이로 난 시멘트도로를 따라 한참을 꼬불꼬불 걸어가다 보면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지나고 아름드리 나무가 그늘을 지워주는 월평마을로 접어든다.
계절은 늦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지만 나뭇잎은 싱그럽다. 해맑게 웃고 있다.
신촌마을 너른 들판에 나락이 익어가고 있다. 바람한점 없는 고요한 아침나절..
신촌마을에서는 남파랑길 싸인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길은 삼성마을 미곡종합처리장 방향으로 이어진다.
추수가 끝난 논 수로에 우렁이가 분홍알을 뿌려놓았다.
농로길 따라 길게 이어지는 황금들판, 낮으로 갈수록 햇살이 뜨거워진다.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광양종합하수처리장을 지나는데 대형 건설기계가 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뽀얗게 하늘로 비산하는 먼지를 뚫고 마침내 만난 하천변 그늘, 바람조차 없어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춰서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어쩌랴..흙먼지 잔뜩 뒤집어 쓴 나무 그늘에 기대어 서서 갈증을 다스린다
무리지어 피어난 비수리(야관문)가 하천변에 가득하다. 예전에 비짜루용도로 사용했다고 해서 비수리로 불리는 이 풀은 최근 남자에게 좋다는 신비의 약초"야관문"으로 둔갑되면서 "누군가 먹었더니 정말 좋더라"는 영약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효능은...믿거나 말거나 아닐까요..?
뜨거운 햇살을 피하여 현대제철이 빤히 건너다 보이는 다리 아래 평상에 주저 앉아 휴식을 취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와 굉음이 방해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물색 흐린 바다와 작은 배...이런 바다에도 고기는 살고 있는 지 자세히 보니 그물이 실려 있다
충무사는 순천시 해룡면에 있다. 이순신장군과 정운, 송희립장군을 모시기 위해 세운 사당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놈들이 불을 질러 태웠다고 하는데 1984년에 다시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길은 광양을 거쳐 순천시에서 다시 여수로 넘어간다.
호남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 겸 최후 방어기지로 삼기 위해 내 왜 이중으로 쌓은 석성이다.
조·명연합군과 두차례에 걸쳐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남해안 26 왜성 중 유일하게 한 곳만 남아 있다고 하지만 진해의 웅천왜성을 비롯하여 남파랑길 곳곳에 왜성을 만날 수 있었다.
순천왜성을 내려서서 바다에서 깊숙이 내만으로 이어진 천변으로 이어진다.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남파랑길 5코스 신호공단 도금공장에서 내뿜던 바로 그 냄새가 틀림없다. 자연이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 환경에 대한 신념은 비록 없지만 더 이상 생태계가 파괴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현대제철 인근 공장단지를 지나고 찻길을 건넌다. 나를 위해 함께한 동생에게 미안한 하루가 될 것 같다.
남파랑길 51코스....황금 들판끝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기대하였지만 남도의 첫걸음은 "실망"으로 끝났다
지루한 농로와 먼지 날리는 공사현장과 공단사이 흐린 물색으로 흐르는 하천... 성큼 성큼 걸어온 길이 빠르게 지나간다.
남파랑길 51코스는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율촌파출소에서 끝이난다. 소요시간 4시간 도착시각 오후1시 30분
햇살이 아직 중천에 있는데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9월말임에도 구름한점 없고 바람조차 없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쉰내 풀풀나는 배낭을 벗어놓고 파출소 계단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시시껄렁한 풍경도 때로는 그리울때가 있는법...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52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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