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49코스는 광양 진월초등학교를 출발, 망덕포구를 따라 윤동주를 만나고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광양만의 경관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길이다
그 길에 서면 망덕포구의 전어 이야기와 우리가 사랑하는 별의 시인 윤동주를 만나고 섬진강 하구의 특별한 바위섬 배알도와 한국제철의 1번지 광양제철을 만난다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던 광양이 전남지역의 대표적 공업도시로 변화되어 갔는지 길속에 모든 해답이 다 들어 있다
총거리 15.3km 소요시간 4시간 30분
섬진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하여 광양으로 흘러가는 남도의 젖줄이다. 가장 청정한 강으로 알려져 있지만
화개천을 비롯한 샛강을 제외하면 수질은 어떤지 몰라도 물색은 언제나 흐리다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망덕은 강을 거슬러 올라 다압, 구례로 가는 길목이었다
망덕의 먹거리는 망덕포구의 봄과 가을에 빛난다. 봄에는 강굴, 가을 전어는 망덕의 맛있는 진미중 하나이다
진월초등학교를 벗어나 망덕포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데크길에는 섬진강과 망덕포구와 망덕의 먹거리와 선소공원을 해설하는 목판이 짧은 간격을 두고 나란히 붙어 있다. 하나 하나 읽으며 지나간다
윤동주 시가 있는 망덕포구 쉼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일본유학중 옥중에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청년 윤동주는 짧지만 한점 부끄럼없는 삶을 살다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정지용이 남긴 서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망덕포구와 배알도를 바라보며 데크길을 걷는다.
길 중간 중간 방부목이 썩었는지 구멍이 "뻥뻥" 뚫리고 깨어진 곳이 보인다.
부실관리...이곳을 지나갈 때는 조심조심
망덕포구 먹거리타운에서 점심으로 물회를 시켰는데 식당 선택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름 밀치회"로 요리한 음식의 맛과 질은 3등급이다.
망덕포구를 따라 늘어선 횟집은 가을이면 전어회와 구이, 무침등 다양한 전어요리를 맛깔나게 차려내는 식당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5월말, 전어가 없어서인지 수족관에는 쫄복새끼와 숭어(밀치)만 가득하다
배알도가는 첫번째 다리는 별빛 감성 가득한 "별헤는 다리"이다.
윤동주의 서시에서 그 이름을 따오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이지만 인근에 윤동주의 육필원고를 보관한 정병욱교수의 생가가 있으니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윤동주의 육필원고는 윤동주와 정병욱 두 집안의 운명적인 인연에 의해 진월 외망마을 정병욱생가에 보관되다 마침내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숨은 공로자는 정병욱 교수의 어머니다. 정교수가 학병으로 일본군에 끌려갈때 그의 어머니께 원고를 맡겼고 들키지 않게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였다고 한다.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건 윤동주의 시를 알아본 그의 어머니 공이 8할이다
별헤는 다리는 망덕포구와 배알도를 잇는 섬과 바다와 해변을 모두 아우르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거듭났다
배알도의 두번째 다리는 해맞이 다리이다.
백사장이 있는 배알도수변공원과 배알도를 연결한다.
배알도는 광양유일의 섬이라고 하는데 망덕산을 향해 절을 하는 형상이라는 뜻에서 배알도라고 했다.
배알도 별헤는 다리에 꼭대기에 서면 멀리 섬진강과 백운산이 아련하게 모습을 보여준다.
라이더들이 인증도장을 찍기위해 줄지어 서있는 인증대 앞 돌벤치에 앉아 깜박 졸고 있는데 화장실다녀온 동생이 단잠을 깨운다..."행님 피곤한갑네예"..
배알도 수변공원을 벗어나 S 곡선을 흐르는 갯벌을 바라보며 금계국 피어난 차도를 따라 걷는다.
5월의 마지막날 하늘은 높고 햇살은 뜨겁다.
태인포구를 지나고 도로를 따라 광양제철로 넘어간다
높디 높은 굴뚝이 마치 비밀이 문이라도 된양 우뚝 버티고 서있다. 광양제철 정문이다.
광양제철 도로는 나무한그루 없는 삭막한 길이다. 그런 길은 대동 센득까지 이어진다. 특이한 마을이름때문에 안내문앞세서서 희미한 글자를 한자한자 판독하듯 읽어본다. 대동은 큰 마을, 센득은 ..?? 두번을 읽었지만 잘 모르겠다
광양의 남파랑길은 온통 녹색공간이다.
숲과 나무가 있는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세금많이 낸 광양제철이 안겨준 선물아닐까 싶지만 공해를 생산하는 제철회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아이러니다
광양은 사실 산과 강과 바다와 너른 들판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천혜의 도시다
백운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계곡과 풍요로운 바다, 매화마을과 그앞을 흘러가는 아름다운 섬진강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다
이순신대교를 바라보며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
초여름으로 들어가는 시간, 조금더 멀리 시선을 던지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눈으로 들어온다
무지개 다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색찬연" 곧 빛의 향연으로 빛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상징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밤에 만나는 다리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고 하지만 1박2일의 여정에 아쉽게도 야경을 볼 수가 없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삼화공원이다. 다리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산책로가 있으며 공원입구 등굽은 소나무와
곰살맞은 곰솔이 풍경속에 서있다.
공원 벤치에 앉아 고요한 광양만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멀리 이순신대교와 물결치며 흘러가는 구름을 보기도 한다
해오름육교를 내려서서 중동근린공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순신대교 먹거리타운을 지나고 길호마을 옛터를 지나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먼거리를 걸었다
초여름답지 않게 햇살 따가운 길 29km, 동생과 나눈 수많은 이야기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버거웠을 것이다
그래..진짜 여행이란 이런 것이었음을 ..여행은 동반자라는 말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중동근린공원에 세워진 남파랑길 50코스 안내도앞에서 오늘 코스를 마감한다. 도착시각 오후 5시
집으로 가는 길은 멀다.
남파랑길의 풍경하나 강물하나에도 살갑고 정겨운 마음이 마구 마구 실린다. 동생과 함께 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시시껄렁한 일도 때로는 그리울 때가 있는 법
언제인가 오늘 걸었던 길을 다시 떠올릴 것이고 그러면 그 기억들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꽃처럼 살다 하늘의 별로 되돌아간 영원한 청년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며 49코스를 마감한다.
50코스부터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 다시 시작한다
序 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194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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