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 45코스(남해스포츠파크~남해농협중현지소)풍경인 듯 아닌 듯

SM 코둘4500 2022. 8.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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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45코스는 남해스포츠파크를 출발, 망운산자락 따라 몽돌해변과 기암괴석 가득한 해안길을 따라가는, 소소한 풍경속에 걷는 재미 하나씩 얻어가는 코스라 하겠다.
만조 때 길을 피하지 않고 바위를 타고 넘는 스릴을 만끽할 수도 있으며, 낚시꾼들의 대물과의 한판싸움도 볼거리다.
질서없이 이어진듯 하지만 예계마을과 남상, 염해, 유포마을과 노구마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길은 저마다의 마을과 연결되며 풍경을 공유한다. 섬인듯 섬이 아닌 듯한 남해의 어촌길을 따라가보자

동네 한복판 키높은 느티나무,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는 5월에 피어난 고향같은 존재이다.
더 느껴보고 즐기다 가고 싶지만 마음이 급하다.
오늘 45코스를 전부 걸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남해스포츠파크 산책로를 따라 붉은 다리를 건너 서상마을을 지나간다.


이름모를 꽃과 어울려 바닥에 바싹 붙어 피어난 빨간 장미

서상마을 길가에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빨간 장미한송이 소담스럽게 피어났다. 그걸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다


망운산 노을길에 서서 서상항을 내려다 본다.
항구는 침묵에 빠져 있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배들이 서상 바다에 바싹 엎드려 있다. 아무도 없다


예계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민박집 남해별곡은 평일 5만원이다
돌로 쌓은 예계 방파제
예계마을 몽돌해변
개장 준비중인 웨이포인트 까페

남해섬의 가장 서쪽에 있는 예계마을은  45코스가 첫번째 선물하는 작고 예쁜 어촌마을이다.
계절이 맞지않아 꽃은 지고 없지만 예계마을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벚나무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더 깊게 즐기려면 돌로 쌓은 작은 방파제와 몽돌소리 가득한 바닷길, 그림같은 갯바위를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가면 된다


예계마을 몽돌해변끝에는 작은 민박이 있다. 민박집 이름은 없고 전화번호만 있다.
민박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예쁘고 마당에 느티나무가 마음에 들어 전화를 했더니 맑고 쾌활한 아주머니의 음성이 들려온다 " 성수기 주말 관계없이 무조건 10만원이고요 방깨끗하고 조용합니다." (광고 아님)

민박집을 지나면 거친 돌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걷기 편한길은 아니지만 바닷길 어딘들 편한길만 있을까.
차라리 바닷길과 하나되어 즐기는 편이 훨씬 낫다.


거북이 코?
지옥으로 가는 문
돌고래 한마리

예계바다를 지나 여수가 빤히 건너다 보이는 해변길위에 기암괴석의 바위군이 흩어지듯 온통 바닷가에 널려있다.
거북이 코같기도 하고 유령성으로 들어가는 입구같기도 한 바위, 납작 엎드린 한마리 돌고래 파도와 자연과 세월이 만든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걸어간다


누군가 세워놓은 줄무늬 선명한 돌맹이와 물개닮은 바위, 층층히 쌓아놓았지만 들쭉날쭉 제멋대로 어긋난 바위
주렁주렁 열려있는 명품바위를 안내하는 문구하나 없어도 반갑고 또 고맙다.


상남방파제

길인듯 아닌 듯 남상방파제를 넘어 넓고 넓은 바위가 경사지게 펼쳐져 있는 바윗길을 따라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 간다.
비라도 내린다면 미끄러워 걷기 어려운 길이다.
바닷바람이 수억년동안 만들어낸 굴곡진 해안이 특이하다.
주름 잡힌 치마같은 느낌이다.
어촌과 연결하는 두번째 마을을 지나간다


치마바위지나 거친 돌길을 지나가는데 파도에 떠밀려 왔는지 "상괭이"로 보이는 돌고래 한마리가 자갈밭에 누워있다
작은 눈과 웃는 얼굴을 가진 귀여운 외모의 상괭이는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지만  신고하는게 귀찮아 바다에 버리면 파도에 떠밀려 바닷가로 밀려오는 일이 종종있다고 하는데 얘도 그럴 것이다


앞에 보이는 절벽같은 바위를 타고 넘는다

만조때면 바위로 난 길이 물속에 잠긴다.
우회하기 싫어 바위를 타고 넘어 건너편으로 이동하는데 배낭주머니에 넣어둔 생수가 바다로 "퐁당" 빠져 버렸다.
갈길이 아직 먼데 큰일났다.
45코스 종점까지 편의점이 없으니 생수를 구할 방법이 없어졌다


작장리 방파제안의 작은 어항

여수바다를 바라보며 타는 갈증을 시원한 바람으로 대신한다.
내만에 둘러쌓인 바다는 수려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신선한 바람을 마신다.
좀 낫다.
이런 풍경을 놓치고 후회하느니  차라리
천천히 그러나 넉넉한 마음으로 풍경속으로 들어간다.


남상리 방파제 끝에서 낚시하는 강태공을 만났다. 아이들이 차안에서 아빠만 보고 있을 그때 어신이 왔다.
활처럼 휘어진 릴을 감는 남자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할 찰나 거의 50cm 가까운 광어 한마리를 걸어올려 자랑스럽게 가족들에게 보여준다. 아빠 체면을 살려준 광어한마리..아이에게 잊지못할 기억하나를 선물한 아빠, 내게도 잊지 못할 선물하나를 얻은 날이다


남상리 방파제
남상리 방파제
염해마을 가는 입구 정원
바다건너 여수
염해마을

남상리를 뒤로하고 짙푸른 초록바다 세번째 어촌 염해마을로 들어간다.
바다건너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가 보인다

염해마을 들어가는 길목에 바위를 배경으로 조성한 작은 공원같은 정원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하나 나무한그루 정성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오랜 수고의 흔적이 엿보인다.


코스의 4번째 어촌인 유포마을은 망운산 끝자락에 있는 전형적인 반농 반어촌이다.
넓은 마을 주차장과 체험관이 있으며 여수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니 산과 바다를 모두 가지고 있는 오늘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 하겠다
마을 홈페이지 (www.유포어촌체험마을.kr)도 있으니 어촌과 농촌과 산촌을 모두 체험하고 노을지는 여수바다를 보고 싶다면 유포마을을 추천한다


여수바다를 바라보며 노구해변을 향해 걸어간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유포해변이 아득한데 오후4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걸음을 재촉한다


여행의 참맛은 어디서 느낄수 있을까. 부드러운 햇살일까. 푸른 바다일까. 낯선 감동일까. 아니면 익숙한 풍경일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며 가끔씩 불어오는 소리외 들려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길을 따라 노구마을로 내려선다.


단호박 가득한 노구마을
노구리 술정교를 건너 5번째 마을을 지나간다

갈대가 많이 있는 언덕마을이라는 의미의 노구마을은 전형적인 산촌마을이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어촌이기도 하다
마을 한복판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물씬 풍겨오는 갯내음은 사라지고 단호박 가득한 밭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을을 연결하는 석교를 놓았는데 이름을 술정교라 하였다


하늘의 구름이 그림처럼 바다에 빠져 있는 노구리 해변을 지나간다.
가끔씩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향긋한 해초내음이 걸음을 따라 내 뒤를 따라온다.
종점이 가까워진 시간, 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갈증이 해소될까.


중현마을 가는 길
농협 옆 남파랑길 안내도
바래길 안내도

중현마을 가는 길에 힐링센터가 있다. 코스에서 벗어나 쉽게 지나칠 것 같은 힐링센터는 잘 정리된 캠핑장과 소나무 숲이 있으며 녹색 운동장도 구비하고 있어 하룻밤 야영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파랑길 45코스는 남해군 서면 중현마을 농협하나로마트 앞에서 끝이 난다.
기준점이 궁금해진다.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니고 사람살고 있는 일상적으로 늘 만나는 평범한 마을이다.
길과 길이 코스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운용했다는 느낌..?

하지만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미움에는 아끼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어촌과 어촌,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중현에서 오늘 일정을 접는다

* 중현마을은 주차장이 부족하다. 하나로마트 주차장이 있으나 면수가 부족하고 공중화장실 조차 없어 중현에 주차 후 다음코스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니 참고 하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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