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17코스는 거제시 고현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 석름봉을 오르고 맹종죽체험길을 따라 장목파출소까지, 맹종죽 왕대나무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전국 유일한 길이라 하겠다. 석름봉 오르는 길은 걸음 걸음이 힘들고 가파른 길이니 신발끈 고쳐매고 여유를 가지고 걷는다. 거리 20km, 소요시간 6시간. 오늘 3월 4일
고현시외버스 공영터미널에 주차하고 약 1km , 연초천변에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 석름봉 입구까지 걷는다.
첫걸음부터 석름봉 오르막이 고삐를 바싹 죄어온다.
한번 숨이 턱 막힐 때가 되면 산중턱까지 오를 수 있다. 지나온 길들이 잡목 숲아래로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가의 산은 대개 경사가 심한편이다.
땀 제대로 흘려야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빨리 가려 말고 다리쉼해가며 천천히 오르는게 좋다.
그러면 발아래 풍경들이 눈높이를 맞추며 뒤를 따라온다
온몸이 땀으로 젖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1시간을 걷고 난 후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해무인지 스모그 탓인지 시야가 썩 좋지는 않다.
길은 석름봉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연초면 오비마을 임도방향으로 안내한다.
산중턱 체육공원 오른쪽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연사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어느 산이든 흔히 만날 수 있는 임도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구름은 낮고 햇살은 구름속으로 숨었다.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길가 아무곳이나 퍼질고 앉아 간식을 먹는다
햇살 한점 바람 한점 없는 길을 끝없이 걸어간다
임도따라 1시간 30여분을 걸었다. 그리고 나타난 임도종점 0.9km 이제 내리막길이다.
임도길은 단조롭다. 풍경 없는 길은 단순하다. 중턱을 걸어가니 바라보는 전망조차 없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을까. 장점도 있다.
맑은 공기로 몸과 마음을 씻고 하염없이 걸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쭉 뻗은 금강송닮은 나무를 만나기도 한다
가만히 멍때리며 걷기도 좋다.
꼭 놀라운 풍경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터벅터벅 지루한 길끝 앵산아래 매화꽃이 피었다. 이제부터 길은 내리막길이다.
연초면에서 산길을 따라 하청면으로 넘어왔다. 뻔한 길만 걷다 다시 만난 사람사는 길이 반갑다.
하청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눈앞에 보이는 연초록의 물결은 전부 대나무 밭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대나무산지이기도 하며 거제도에서 가장 큰 섬 " 칠천도"를 품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천혜의 경관은 덤이다
멀리 칠천도 연륙교가 보인다. 칠천도는 거제섬속의 섬중 가장 큰 섬이다. 부산에서 가까워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몇개의 해수욕장과 경관좋은 해변이 있어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다
다시 시야에 들어온 칠천도 연륙교를 바라보며 헷갈리기 시작한 남파랑길을 가늠해본다.
시골집이 몇채, 작은 연못이 하나, 교회첨탑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3월 초 영등바람이 시키는데로 하청야구장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하청야구장부터 하청소방서까지는 차도로 이동한다.
갓길이 없어 걸어가기 불안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하니 조심조심 걷는다
하청야구장과 스포츠타운 넘어 산아래 대나무숲이 울창한 맹종죽 체험길 방향으로 향한다
넓은 길을 버리고 좁은 길로 접어든다.
길은 꼬불꼬불, 봄바람은 부드럽게 들판으로 찾아든다
사환마을 골목길 따라 대나무 숲길을 오른다. 베어낸 왕대나무가 길가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데 굵기가 엄청나다
맹종죽 대나무밭 사이로 난 꾸불꾸불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보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어떤 길은 대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댓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지금은 3월 초. 맹종죽테마파크는 5월에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허벅지굵기의 맹종죽 죽순을 맛볼 수 있으며, 푸른 대나무 숲의 청량한 공기를 호흡할 수도 있다
실전마을 지나 길은 차도로 내려선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번씩 반복하는 위험한 곡예끝에 장목마을에 다다른다
장목파출소앞에서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거제의 2번째 코스를 모두 걸었다.
파출소앞 정류장에서 30번 버스를 타고 고현까지 되돌아 온다.소요시간 40분. 주차요금 6천원
오늘 만났던 대나무숲, 댓잎사이 비치는 햇살과 바람소리, 댓잎 부딪히는 소리.
눈이 번쩍 띄일만한 풍경이 없어도 가만히 눈감고 서서 풍경속 이야기를 들어보라.
분명한 것은 틀림없이 풍경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성큼 성큼 걸어갔던 시간과 풍경들, 길은 18코스를 향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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